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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기초

레버리지 ETF 책임 공백 — 보고는 받았지만 결정자는 누구인가

by 구티스 2026. 10. 14.

레버리지 ETF 책임 공백 — 보고는 받았지만 결정자는 누구인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경위를 둘러싼 논란이 4개월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보고를 받았다고 인정했지만, 정작 누가 이 결정을 내렸는지는 여전히 불명확한 상태입니다.

1.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어떻게 도입됐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특정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 이상으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장지수펀드입니다. 지수 전체를 추종하는 기존 레버리지 ETF와 달리 개별 종목에 집중 베팅하는 구조여서, 상승장에서는 수익이 두 배로 불어나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도 두 배로 커집니다. 이 상품이 국내에 도입되기까지의 경위를 살펴보면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지점이 드러납니다.

1-1. 1월 청와대 간담회와 도입 논의의 시작

2023년 1월 13일, 청와대에서 '자본시장 투자매력도 제고'를 주제로 비공개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는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재했으며, 금융 업계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습니다. 간담회 다음 날 김 전 실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나스닥에서 가능한 걸 왜 우리는 못 하냐"며 금융위원회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검토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발언이 이후 상품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계기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1-2. 입법예고부터 대통령령 공포까지의 흐름

금융위원회는 간담회 이후 불과 2주여 만인 1월 30일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이 입법예고 문서에는 해당 상품 도입이 '대통령 업무보고 과제'로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이후 개정안은 4월 28일 대통령령으로 공포됐고, 실제 상장은 5월 27일에 이루어졌습니다. 금융위 내부 자료에서 목표로 설정했던 시점이 '하반기'였음을 감안하면, 상장 일정이 상당히 앞당겨진 셈입니다. 법령 공포에서 상장까지의 기간이 한 달도 채 되지 않는다는 점도 이례적입니다. 통상 새로운 금융 상품이 도입될 때는 시장 참여자 준비 기간, 투자자 교육, 위험 고지 체계 구축 등에 일정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 과정이 충분히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습니다.

1-3. 업계는 도입을 요청하지 않았다

이 논란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금융 업계가 실제로 이 상품의 도입을 요구했는지 여부입니다. 김재섭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가 취합한 간담회 참석사들의 의견서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요구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일부 금융사는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회의에 제출한 자료에도 상품 도입의 필요성이나 위험성, 시장 영향 평가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업계나 전문 연구기관의 요청이 아닌 경로로 도입이 추진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정황입니다.

2. "누군가는 결정했을 것" — 대통령 발언이 키운 논란

상품 도입 이후 투자자 손실 피해가 확산되자 책임 소재를 묻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9월 18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이 사안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지만, 그 내용이 오히려 논란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2-1. 보고는 인정, 결정 과정은 모른다는 입장의 문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도입 당시 보고받은 바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결정 과정의 세부 절차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누군가는 결정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보고를 받았다고 인정하면서도 결정 과정은 모른다는 이 발언은 정책 결정의 책임 소재를 더욱 불분명하게 만들었습니다. 대통령은 상품 도입 취지에 대해 "외환시장 안정과 국내 투자 확대라는 보고 내용은 원칙적으로 맞는 얘기"라고 평가하면서도, 타이밍 문제를 실패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주가 상승기 마지막 단계였던 것 같다", "하향세로 전환되니 손실이 두 배가 됐다"는 진단이었습니다. 그러나 타이밍 문제를 실패 원인으로 돌리는 것은 상품 설계 자체의 구조적 위험성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2-2. 금감원장의 자기 비판과 내부 견제 부재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6월 기자간담회에서 이례적으로 강한 수위의 자기 비판을 내놓았습니다. "효과는 별로 없고 부작용이 너무 커졌다"고 인정하면서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 반성하고 후회한다"는 발언을 남겼습니다. 감독 기관의 수장이 이런 표현을 쓴다는 것은 상품 설계와 출시 과정에서 적절한 위험 검토와 내부 견제가 작동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시인한 것으로 읽힙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변동성이 누적되는 방향으로 손실이 확대되는 특성상, 장기 보유 시 기초자산 가격이 제자리로 돌아와도 원금 회복이 어렵습니다. 이 점을 투자자에게 충분히 고지하는 안전장치가 출시 당시 갖춰져 있었는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3. 정치권으로 번진 책임 공방

상품 도입 경위를 둘러싼 논란은 금융 정책의 영역을 넘어 정치적 공방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책임 소재가 명확히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의혹 제기와 법적 조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3-1. 로비 의혹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고발

국민의힘은 김 전 실장과 증권사 주요 인물 사이의 친분설, 그리고 김 전 실장 아들의 해당 증권사 재직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김 전 실장은 이 논란이 본격화되기 직전인 9월 1일 사임했습니다. 이어 9월 10일에는 김 전 실장, 이찬진 금감원장,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됐습니다. 고발 내용의 핵심은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적절한 검토 없이 위험한 금융 상품 도입을 주도했다는 취지입니다. 수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현시점에서 의혹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3-2. 10월 국정감사로 이어질 쟁점

10월 국정감사에서는 김 전 실장과 관련 증권사 경영진의 증인 채택이 추진될 예정입니다. 국감 과정에서 도입 결정 경위, 출시 일정이 앞당겨진 이유, 업계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도입이 강행된 배경 등이 집중 추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국정감사는 진상 규명보다 정치적 공방이 부각되는 경우가 많아, 핵심 쟁점이 충분히 다뤄질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이 사안에서 책임 소재가 끝내 밝혀지지 않는다면, 유사한 방식으로 위험한 금융 상품이 재차 도입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국감 결과에 관심이 모입니다.

4. 투자자 입장에서 이 사안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 사안은 단순히 하나의 금융 상품이 실패한 사례가 아닙니다.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 금융 감독 기관의 독립성, 그리고 개인투자자 보호 체계의 실질적 작동 여부를 동시에 묻는 사건입니다.

4-1. 정책 리스크와 개인투자자 보호의 과제

이번 사안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정책 결정 과정이 외부에서 검증되기 어려운 구조로 진행됐다는 점입니다. 업계의 요구 없이 도입이 추진됐고, 전문 연구기관의 위험 평가도 부재했으며, 감독 기관 수장이 사후적으로 "막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밝히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이는 금융 상품 도입 과정에서 독립적인 위험 평가 체계와 내부 견제 기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개인투자자로서는 정부나 금융 당국이 도입을 허가한 상품이라도 그 자체가 안전성을 보증하지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4-2. 레버리지 상품 투자 시 확인해야 할 핵심 원칙

레버리지 ETF는 단기 방향성 투자에 특화된 상품입니다. 하루 수익률을 배수로 추종하는 구조 때문에 보유 기간이 길어질수록 손익이 기초자산의 단순 배수에서 벗어나는 경로 의존성 문제가 발생합니다. 변동성이 큰 구간에서는 기초자산이 결국 원점으로 돌아와도 레버리지 ETF의 가격은 그보다 낮은 수준에 머무르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 구조적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장기 보유하거나 큰 비중으로 투자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수반합니다. 새로운 금융 상품이 출시될 때는 도입 배경과 함께 상품 설계 원리를 직접 확인하는 습관이 투자자에게 필요한 자기 방어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4-3. 책임 공백이 남긴 질문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경위는 현재까지 4개월째 명확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대통령은 보고를 받았다고 했고, 금감원장은 막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했으며, 금융위는 대통령 업무보고 과제로 추진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누가 최초로 결정을 내렸는지, 출시 일정이 왜 앞당겨졌는지, 업계 반대 의견은 어떻게 처리됐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변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10월 국정감사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가 이 공백을 얼마나 채울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핵심 관전 포인트입니다.